...개괄을 열심히, 근 하루에 걸쳐서 적당히 농땡이 피우며 쓰다 보니까 어느 새 A4로 3장에 가까운 문서가 나오더군요. 그것도 개괄과 역사, 그리고 특징 조금만 써놓고 나니까 말입니다.
그리하야 축약을 해서, 부두교에 대한 이바구를 읊어 보겠습니다.
우리에게 부두교란 꽤 생소한 주제죠. 예전에 007에서 한번 나오기도 했었고, 퇴마록에서 부두교의 좀비가 한번 나오긴 했는데, 그 외에는 글쎄요? 거의 없다라고 보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부두교는 아이티 부두교입니다.
1. 역사
일단 부두교의 역사는 아이티의 역사와 같은 궤도를 달립니다. 하지만 기원은 서아프리카, 즉 지금의 토고-가나-베냉-나이지리아 쪽입니다. 원래는 민족, 마을, 씨족, 혈통 등이 사회의 기반이 되고, 각 집단은 수호신이자 조상신인 '보두' 혹은 '보둔' 을 갖고 있었죠. 죽은 자를 숭배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원에서 북치고 춤추며 의식을 했죠. 보둔에게 소나 양, 닭 같은 제물을 바치면서 말입니다.
시간은 흘러 왕국이 생겨나고, 어떤 보둔은 숭배의 대상이 되고 어떤 보둔은 금지되고.. 등등 하다가 유럽인이 나타났습니다. 이때 지역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다호메이 왕가는 전쟁 포로나 범죄자들을 유럽인들에게 팔아 치웠죠.
스페인이 점령했던 히스파니올라 섬(아이티 섬) 에 이들 팔려간 흑인들을 노예로 쓰게 됩니다. 팔려간 흑인들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 일이죠. 고향에서 노예 취급 받는것도 억울한데, 갑자기 생판 듣도보도 못한데로 떨어져서 백인들의 감시와 폭력 하에 강제 노동을 해야 하고, 원래 있던 신앙은 탄압받고.. 그 와중에 평균수명은 7년.
이런 와중에 잃어버린 조상의 땅에 대한 그리움은 커지고, 부두교는 아프리카와 연결되는 수단으로 살아 남았었죠. 카톨릭 속에 교묘하게 위장해가며 말입니다. 카톨릭의 성인들을 자기들의 정령(르와라고 불립니다) 으로 대치하고, 부두교 의식도 비슷한 식으로 살아남게 됩니다.
결국 노예들이 탈주해 폭동을 일으키고, 백인들을 몰아내어 마침내 생도맹그는 독립해서 '아이티' 라는 이름을 다시 찾게 됩니다. (원래 아이티란 이름은 원주민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부두교가 만세! 를 외칠 수는 없었습니다. 독재도 있었고, 쿠테타에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와 기타 등등(속칭 '어른의 사정') 에 의해 탄압받고 음지로 숨었죠. 1915년에서 1934년까지는 미국이 점령했었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20세기 중반만 해도 음지에 있었죠.
2. 특징
부두교의 정령인 르와는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고, 사회생활과 우주의 여러 분야를 분류하는 초자연적인 존재입니다. 고향, 특히 잃어버린 전설의 땅인 '기니' 에서 왔다고 하죠. 가정의 수호자이자 르와들의 우두머리 '레그바', 수확의 르와인 '자카', 죽음의 르와인 '제대', 제대의 우두머리 '바롱 삼디', 부와 재산의 '담발라' 등등. 부두교의 사제는 제사장에 가까운 '운강', '맘보', 혹은 마술사에 가까운 '보코' 라 불립니다.
하지만 르와는 신과 인간의 매개자 역할입니다. 부두교는 일신교입니다(!). 아무래도 카톨릭의 영향이 있어서(부두교도가 되려 하면 카톨릭 교도가 되어야 한다는 말도 있습죠) 그런가 봅니다. 부두교의 일신교 개념은 카톨릭에서 가져왔더군요.
이들의 개념은 이렇죠. '신이란 말야, 인간을 걱정하기는 너무나 위대하단 말이지? 그래서 인간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르와들이 세상을 조직하는 거라구.'
아무튼. 부두교 사원 중앙에는 의식을 할 수 있는 회랑이 있고, 거기서 르와에게 바치는 제물을 놓고 바닥에 상징적인 그림(제물과 그림은 르와에 따라 달라집니다)을 그리고 북을 치며 의식을 거행합니다. 의식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중요한 것이 3개 있습니다.
1) 다호메이 출신 르와를 숭배하는 '라다'.
2) 반투 출신의 르와를 숭배하는 '콩고'
3) 생도맹그 출신 르와를 숭배하는 '페트로'
라다는 가장 기본적인 의식입니다. 다호메이쪽 르와는 기니에서 왔다고 하며, '좋은 르와' 라 하죠. 콩고쪽 르와는 라다쪽 르와보다는 인기가 별로 없습니다. 활기가 넘치고, 제물로 개(犬)를 좋아한다는군요. 페트로쪽 르와는(크레올 르와라 불립니다) 매정하고 잔혹한 자들로, 마술에 사용됩니다.
르와들에겐 나름대로의 위계질서가 있지만(출신 지역에 따라 위계질서가 다르죠), 이원론적인 선악 개념은 별로 없습니다. 매정하고 잔인하다는 크레올 르와도 잘 모셔 주면 그만큼 신자들에게 잘해 주죠.
의식을 하다가 '신들림' 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르와가 그 신자를 선택한 것으로, 이것도 르와에 따라 다르죠. 레그바는 난폭함과 격렬함, 담발라의 경우는 뱀의 움직임을 흉내낸다고 합니다.
이외에 죽은 자를 숭배하는 의식도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부두교 신자였을 경우 정령과 인간을 분리하는 의식을 합니다. 여기서 죽은 자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나 손톱 조각들을 항아리에 담습니다. 이는 죽은 자의 영혼이 나쁜 목적에 사용되지 않기 위함입니다. 이걸 안했을 경우 '살아있는 자' 로서 간주합니다. 분리의식이 끝나면 초상집에 모여 하루 밤을 새고, '망제 레모' 라는, 죽은 자에게 바치는 식사를 정기적으로 제공합니다.
3. 왜 왜곡되었는가?
..근데 사실 부두교 하면 악마의 종교라던가, 흑마술, 좀비, 혹은 식인(...) 풍습이 있는 걸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 가브리엘 나이트 1에서도 이런 게 나왔죠.(게임에 나왔던 건 루이지애나 쪽 부두교입니다만..)
그 이유는?
1) 예전 서양인들의 관점 : '아프리카에 종교라는게 있던가?'
2) 여기에 추가되는 인종차별적 개념
3) 그리고 적당히 대중매체에서 써먹으려면 자극적인 것이 좋음
4) 부두교가 자초한 면도 있음
1번은 18세기 초까지 있었습니다. 2번은... 참 오래도 가는군요. 3번이야 뭐 뻔하지 않나요?
20세기 초에 나왔던 책 중에 '라 고나브의 백인왕'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티 민중을 식인풍습과 흑마술에서 구해 내기 위해 주인공이 저지른 학살을 다룬 책입니다. 무려 미국 점령시절에 미 해군 소위가 쓴 책이고,(..소위 자신이 주인공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팔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식인종 사촌' 이라는 제목의 책도 나왔다더군요. (....) 미국인에게 아이티를 '좀비의 땅' 으로 소개했습니다.
1941년에 프랑스 영화 '부두교' 가 나옵니다. 영어판 제목은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이죠. 이것도 '아이티 = 좀비의 땅' 이라는 개념을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4번은 좀 의외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부두교가 지하로 숨게 되자 제사장들이 자기들의 능력을 한층 더 대단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부두교를 신비스럽게 만들어 낸 일종의 전략이었습니다만 제대로 역효과를 낸 셈이죠.
현재 부두교는 아이티 뿐만이 아니라 루이지애나, 브라질, 기타 흑인 공동체가 있는 남미 국가들에 주로 퍼져 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캉동블레' 라 불리는 아프리카 의식이 있지요.
부두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좀비에 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라에네크 위르봉, 서용순 옮김(1997). 부두교 -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시공사












덧글
MessageOnly 2009/09/25 02:18 # 답글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중에서도 괜찮은 책이지요.
Allenait 2009/09/25 09:46 #
디스커버리 총서는 꽤 좋은 책이더군요. 얇은 두께에 전문적이면서도 읽기 편한 내용에..
장갑묘 2009/10/24 01:50 # 답글
제사장들이 자초한 역효과를 떠나서 백인들의 무지의 소산이라는 점이 예전부터 마음에 걸렸습니다.이게 백인 문화에서만 끝났으면 좋았는데,
동양 문화권에도 침투해서 부두교 하면 무슨 악마숭배교 같은 게 되버렸잖습니까.
문화로서 "좀비"를 즐기는 건 좋은데 이런 부분에서의 인식은 좀 바뀔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Allenait 2009/10/24 02:46 #
그래서 부두교의 좀비와 로메로 감독 이후의 좀비는 다른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사실 부두교에 대한 그런 류의 시선은 가브리엘 나이트1에서 써먹었다가 좀 까였죠